이 전도사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 노마드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노마드 이야기

   
이 전도사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이 전도사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많은 무리가 예수와 동행하였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너희 가운데서 누가 망대를 세우려고 하면, 그것을 완성할 만한 비용이 자기에게 있는지를, 먼저 앉아서 셈하여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하지 않아서, 기초만 놓은 채 완성하지 못하면, 보는 사람들이 그를 비웃기 시작하여, 말하기를 ‘이 사람이 짓기를 시작만 하고, 끝내지는 못하였구나’ 할 것이다.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나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로 밀고 들어오는 자를 만 명으로 당해 낼 수 있을지를,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당해 낼 수 없겠으면, 그가 아직 멀리 있는 동안에, 사신을 보내서 화친을 청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서 누구라도,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눅 14:25-33

“어떻게 왔어요?”
“기도하던 중 주님이 사례비가 가장 적은 곳으로 가라 하시네요.”

이 전도사가 우리 선교회에 오겠다며 찾아왔던 날 나눈 대회다. 내가 이 전도사를 처음 만난 건 그 몇 주 전이었다. 장신대 신대원에 갓 입학한 그녀는 영어는 물론 독일어에 능통한 재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전도사는 찬양과 예배 등 모든 분야에서 보기드문 친구였다. 강남의 큰 교회 출신이며, 부모님은 회사의 임원과 대학교수로 각각 재직 중이셨다. 모든 것이 부러울 것이 없는 친구였다. 어느 교회엘 가든 그녀는 대환영의 조건을 모조리 다 갖고 있었다. 겉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녀의 품성은 목사인 내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겸손하며, 순종적이고 뿐만 아니라 매우 부드러운 그녀였다. 늘 웃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런 이전도사가 우리 교회에 처음 왔을 때에 나는 꼭 우리 교회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붙들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의 형편은 너무도 열악했고, 그녀에게 호감을 줄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우리 교회에 왔으면 좋겠네요”
“네, 기도해 보고요”

나는 기도해 보고 결정하겠다는 사람의 말은 잘 믿지 않는다. 거의 도망가는 수순으로 꼭 기도를 들먹이기 때문이었다. 싫다는 말 대신 ‘기도해보고’라는 말로 들려졌다. 포기했다. 그녀는 우리 선교회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그 판단은 보란 듯이 잘못된 것이었다. 내 판단이 잘못된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녀는 우리 선교회를 선택했다. 그것도 가장 작은 사례비를 받는 곳으로 가라는 주님의 명령을 듣고서 찾아왔다. 나는 정말 놀랐고 반가왔다. 그 후 그녀는 신대원을 졸업할 때까지 우리 선교회의 중요한 일꾼이었다. 정말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너무도 착하고 아름다운 이 전도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전도사는 졸업 후 목사인 남편을 따라 전라도 여수로 이사를 갔다. 가끔씩 웃으며 전라도 사투리를 써가며 전화를 하는 그녀는 예전과 다름없었다. 그녀는 전화에서도 늘 웃었다. 보이지는 않아도 나는 이전도사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참으로 보기 드문 전도사였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며 나를 찾아왔다. 내게 추천서를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다. 

“나는 박사가 아니야. 추천서는 대학교수나 쓰는 거지.”
“아니에요 목사님. 제겐 목사님 추천서가 가장 중요해요.”

그렇게 해서 나는 박사학위도 없는 주제에 미국대학 추천서를 써주었다. 추천서를 써주면서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는 말을 하였다. 정말 이전도사가 고마웠다. 나처럼 벌레 같은 목사에게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하는 그녀가 정말 고마웠다. 

그녀는 내가 외국인근로자 선교를 시작한 이래 가장 기억에 남는 동역자였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우리 선교회에 자발적으로 찾아와 가장 작은 사례비를 받고 가장 오래 함께 동역했던 이전도사는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이글을 쓰면서 이전도사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두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나그네를 귀히 여긴 그녀의 아름다운 삶에 복이 있으라. 



hi
   


[04982] 서울특별시 광진구 광장로 1(광장동 401-17)
나섬공동체 대표전화 : 02-458-2981 사단법인 나섬공동체 대표자 유해근
COPYRIGHT © NASOM COMMUNIT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