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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458 십자가를 골라라

   우리는 과연 십자가를 질 수 있나? 신학교 시절부터 목사가 된 지금까지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하길 수 없이 반복하는 질문이다. 부활의 절기를 앞두고 십자가를 묵상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상 우리는 십자가와 거리를 두며 살고 있다. 

고난주간 기도회를 가지면서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십자가다. 나는 주님의 십자가를 질 수 있나? 우리 예수님의 십자가는 너무도 무거운 십자가였다. 주님도 십자가에 짓눌려 짊어질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것이었다. 구레네 사람 시몬이 그 십자가를 잠시 짊어진 이야기는 그래서 인상 깊은 대목이다.

예수께서는 자신을 따라오려거든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하셨다. 우리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말이다. 그러니 우리만의 십자가가 있어야 한다. 무거운 십자가에서부터 가벼운 십자가까지 세상에는 수많은 십자가가 존재한다. 인생은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사는 것이다. 그 가운데 과연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는 어떤 것일까?

수년 전 예루살렘 십자가의 거리를 가 본적이 있다. 소위 '수난의 길(Via Dolorosa)'이라 불리는 곳이다. 골고다까지 올라가는 길이다. 지금은 장사꾼들로 가득한 골목이지만 그곳은 예수께서 십자가를 짊어지고 오르셨던 길이다. 차마 가슴이 아파 걷기조차 송구스러운 곳이다. 그곳에서는 수많은 십자가가 있다. 작은 십자가에서부터 큰 십자가까지 고를 수 있는 곳이다. 나도 하나의 십자가를 골랐다. 작지만 야무지고 단단한 십자가다. 혹여 십자가를 만드는 사람을 만나면 어김없이 십자가 하나를 선물로 받아낸다. 기념품이라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나는 십자가를 고르는 사람이 되었다. 자신이 짊어질 인생의 십자가도 고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나의 삶에 장애라는 십자가를 받았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내 작은 아들의 십자가와 내 자신이 입은 장애의 십자가, 그리고 나그네 선교의 십자가까지 결코 가볍지 않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산다.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 여기까지 왔다. 전적인 주님의 은혜와 돌보심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나보다 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사는 여자가 있다. 내 아내다. 그 여자는 무슨 자격이 있기에 그렇게 무거운 십자가를 받은 것일까? 나와 함께 출근하면 하루 종일 나섬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녀의 일은 끝이 없다. 입맛 까다로운 내 저녁상 차리느라 분주하고 먹새 좋은 작은 아들 챙기느라 바쁘다. 만만치 않은 시어머니 잔소리 들어가면서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웃으며 일한다. 그것이 끝나면 큰 아들 집에 가서 며느리와 함께 손주들 기도해주고 돌아온다. 아내는 정신없이 살아간다. 밤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아내는 홀로 앉아 일기 쓰고 기도하고 나서야 늦은 시간 내 옆에 이불을 깔고 잠을 청한다. 너무 피곤한 인생살이다. 그러나 아내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는다. 며칠 전 아내에게 최고의 여자상이 있다면 당신이 받아야 해.’ 농담처럼 얘기하니 내 말 한마디면 되었다고 좋아하며 위로를 받는다. 그것이 아내의 삶이다. 아내의 십자가다.

우리는 십자가를 고른다. 나도 고르고 내 주변 모든 이들이 십자가를 고른다. 가급적 작고 가벼운 십자가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누군가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산다. 그것도 선물이다. 그것도 인생이고 은혜이니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라가는 것이 은혜다. 예수 십자가의 행렬 속에 들어가려면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 그 행렬에는 십자가를 진 이들만이 참여할 수 있으니 십자가를 지는 삶은 은혜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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