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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나는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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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비얌바수렌 다바․ 리자 라이쉬 지음∥ 김라합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발행)
  chowon.jpg (108.7K), Down : 0, 2016-07-23 14:54:49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
- 아르항가이 초원의 어느 여름 이야기

                        

세상을 감동시킨 몽골 아르항가이 초원의 다섯 가족.
영상보다 아름답고 음악보다 서정적인, ‘전설의 언어’를 만난다.
원작 <황구의 동굴> 2005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상영.
독일,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도서, OST, DVD 출시.


◎ 자유로운 이동을 소망하는 사람들, 광활한 대지에 작은 공간만 소유하는 사람들.
그곳에 가면 우리가 잃어버린 원형의 삶을 사는 그들이 있다.


“그 가여운 외국인이 나흘 전에야 비로소 초지를 봤다는구려.
솔직히 난 그 사람이 불쌍해.”노인이 말했다.
“몽골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건 참 슬픈 일이에요.”아내가 말했다.
그러자 노인이 대꾸했다. 그래, 그건 불행이지.
하지만 그나마 그 사람이 우리에게로 오는 길을 찾아낸 건 그 사람에게는 큰 행운이야!”

많은 것을 가지고도 항상 허기에 시달리는 우리들. 자연과 함께 사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우리들. 그러나 몽골의 초원에는 부족하게 살면서 만족하고, 생명과 더불어 숨쉬는 법을 아는 한 가족이 있다.
그들의 작은 원형의 집 ‘게르’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기에 땅을 소유하지 못하지만, 드넓은 모든 초원이 바로 그들의 집이고 잠자리다. 그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직접 자신의 손으로 가축을 죽이지만, 자신들이 지을 수밖에 없는 죄를 기억하며 죽은 짐승을 위해 기름 등잔에 불을 밝힌다. 이렇게 그들의 삶은 소박하지만 풍요롭고, 날 것이지만 예의 바르다.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는 한 유목민 가족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원형의 삶을 사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들이 보낸 아름다운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이다.


◎ 하늘의 구름이 장난감, 초원의 꽃이 친구인 아이들.
바람 소리에 눈뜨고 잠드는 삶을 알려주는 생명의 이야기


“딸아, 누구나 죽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단다.”
하늘과 땅 사이로 한 남자가 생명 없는 개를 안고 간다. 어린 여자 아이가 남자의 뒤를 따른다.
남자는 날카로운 칼로 개의 꼬리를 조심스레 잘라 낸다.
아빠, 뭐 하시는 거예요?”아이가 아빠에게 묻는다.
“꼬리를 개의 머리 밑에 놓아 주려고. 그래야 개가 다음 생에 꼬리 달린 개가 아니라
땋은 머리가 달린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단다.”
남자와 아이는 죽은 개를 산에 맡긴다.

드넓은 아르항가이 초원에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던 여섯 살짜리 큰딸 난사가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설의 동굴에서 만난 강아지 조호르와의 우정, 새로운 초지를 따라 이동하는 유목의 생활, 그리고 죽음과 생명의 서사를 간직하고 있는 몽골의 문화가 펼쳐진다.
저자 비얌바수렌 다바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서 들은 ‘황구의 동굴’에 관한 전설을 바탕으로, 한 유목민 가족의 생활과 몽골의 교육, 정치, 게르, 의복, 식생활 등에 대한 내용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대지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그려냈다. 또한 이 책에는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사진들이 초원에 핀 수없이 많은 색색의 꽃들처럼 가공 없는 원색을 드러내고 있다.

“옛날에 어떤 부자에게 예쁜 외동딸과 누런 개가 있었지. 어느 날 그 딸이 병이 났는데 누구도 고치지 못했어. 부자가 지혜로운 노인을 찾아가 해답을 묻자, 노인은 누런 개를 없애야 한다고 했지. 하지만 그 개가 오랫동안 가족을 잘 지켜 주었기 때문에, 차마 죽일 수는 없어서 개를 동굴에 숨겨놓고 먹을 것을 갖다 주었지. 그러자 정말로 딸이 도로 건강해졌단다. 사실 딸이 가난한 목판 조각가를 사랑했는데, 개가 하도 잘 지켜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날 수 없었던 거지. 그런데 개가 더는 방해하지 않으니까 딸의 건강이 좋아진 거란다. 어느 날 부자가 개에게 먹이를 주려고 동굴에 가 보니 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단다. 나중에 딸은 조각가랑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았지. 아마 그 누런 개가 다시 태어난 걸 거야.”
- 황구의 동굴

이렇게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는 픽션과 논픽션의 결합이라는 새롭고 독특한 구성을 통해, 전설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난사 가족의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21세기 몽골 초원의 한 유목민 가족의 실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아마드’가 다니는 학교가 실재하고, <천국의 아이들>의 ‘알리’가 지금도 어느 골목을 뛰어다닐 거라 생각하듯이, ‘난사’와 함께 저자가 들려주는 몽골의 문화는 현실이면서, 동시에 옛날 옛적 하늘의 별을 보며 듣던 동화의 시대에 가능했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렇게 이미지와 언어, 실제와 허구, 주인공과 필자가 뒤엉킨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는 새로운 문학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없는 초원의 생활처럼, 실제와 허구가 어울린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 순간 몽골의 어느 여름 초원에서 구름을 장난감으로, 꽃을 친구로 삼아 뛰놀고 있는 자연의 아이들과 생생하게 조우한다.


◎ 문명화의 바람 속에서도 그들의 정신은 자유롭다.
전설의 언어, ‘죽음과 생명의 서사’를 간직한 문화가 펼쳐진다.


그곳에서는 가축이 모든 생명체에게 경외심을 지닌 사람들의 손에서 숨을 거둔다.
그곳의 사람들은 가축을 죽인 뒤에 버터기름 등잔에 불을 붙인다.
우리가 지을 수밖에 없는 죄를 스스로 분명하게 의식하라는 뜻이다.
그곳에서는 어린 송아지는 먹지 않고 다 큰 짐승의 고기만 먹는다.
그곳에서는 늑대에게 물려 죽은 가축의 고기도 먹지 않는다.
그 짐승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두려움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은 가축의 피가 절대로 어머니인 대지에 닿지 않게 한다.

21세기, 한류(韓流)의 바람은 몽골의 초원에도 불고 있다. 몽골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울란바타르 시내에서 한국으로부터 들여 온 중고 버스를 타게 되고, 초원에 울려 퍼지는 한국 가수의 노래를 듣게 된다고 한다. 초원의 유목민들은 말이 아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도시로 이주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형태가 바뀐다고 해도, 그들의 정신은 여전히 자유롭다. 인류의 시작부터 내려온 오랜 유목의 생활이 인간이 부릴 수밖에 없는 욕심이 어떻게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의 일부분으로 살 수 있는지를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죽음과 생명이, 세상 모든 것들에게 평등하게 내려와 있음을 안다.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가 보여주는 초원의 사람들은 죽음과 생명을 맞이하는 법을 안다. 그렇기에 자연의 모든 존재들과 나누며 사는 방법을 안다. 한 구절의 경전처럼, 한 편의 우화처럼 그들의 삶은 현대 문명사회에서 갈 곳을 잃은 우리들에게 작은 울림을 준다.
몽골의 초원에 가면 여뀌라는 야생 곡식이 있다고 한다. 초원의 쥐들은 매우 찾기 힘든 이 여뀌를 모으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는데, 덕분에 사람들은 여뀌 줍기를 수월하게 해낸다. 쥐들이 모아 놓은 것을 약탈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딱 반만 가져온다고 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왜 사람들이 여뀌를 모으는 게 그토록 고되다면서 어째서 쥐들의 식량 창고에 절반을 남겨 두고 오는지 이해할 수 없어, 삼촌에게 물어보았던 일을 이야기한다. 삼촌은 진지한 얼굴로 사람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쥐들이 풀줄기에 목을 매 자살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고 했다.
어린 조카에게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겸손함, 나눔의 정신을 알려주는 이 한 편의 동화는, 몽골의 유목민들이 자신들의 정신을 어떻게 대물림해왔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르침을 살아있는 전설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초원의 바람이 알려 준 이야기일 것이다.


◎ 타인의 눈에 비친 아름다움이 아닌, 자기의 언어로 된 아름다움의 가능성.
신비화된 과거의 문화가 아닌, 살아있는 현실의 문화가 모든 경계를 넘는다.


“나는 독일에서 몽골 사람들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을 찾아보았으나, 곧 자료 찾기를 그만두었다.
모든 필름들이 보지 않아도 이미 알만한 것들이었다.
나는 내 영화에서 내 나라 사람들이 우리 문화에 대해 직접 말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

시대의 장소를 넘어, 문화라는 것은 타인의 눈으로 객관적인 미적 거리를 확보할 때, 그 실체를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방법은 잘 ‘보기’ 위한 방법일지는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는 못한다. 어떤 문화든 자신의 언어로 스스로를 설명할 때, 진정으로 그 문화의 아름다움이 빛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원작 <황구의 동굴>을 만든 비얌바수렌 다바는 몽골 출신으로, 독일의 영화학교에 진학하면서, 영상을 통해 자신이 나고 자란 몽골의 삶과 문화를 말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첫 영화 <우는 낙타 이야기>라는 작품으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으며, 두 번째 작품인 <황구의 동굴>을 통해 전설과 유목의 삶이 함께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리고 이를 언어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 작업에서 영상보다 아름답고, 음악보다 서정적인 언어를 구현했으며, 이 언어는 바로 몽골의 바람이 알려준 것이라고 했다.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황구의 동굴>이 초청 상영되었다. 비얌바수렌 다바는, 항상 자신의 작업을 함께 했던 같은 몽골인 남편과 함께 부산을 찾았다. 그녀를 만난 자리에서 “몽골에 대한 이야기 외에 독일이나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왜 그래야 하지요? 나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책의 맨 앞에 “모든 사람은 자기 안에 씨앗처럼 이야기를 지니고 있고, 어느 날 그 씨앗이 꽃을 피운다”라고 썼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호평을 받은 것은, 훌륭한 인류학 보고서, 아름다운 문학작품의 가치를 넘어, 사람들이 자신의 가슴 속에 묻어 두고 잊어버렸던 이야기의 씨를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 지은이
비얌바수렌 다바 : 1971년 몽골에서 태어나, 1999년부터 독일에 살면서 뮌헨 영화학교를 졸업했다. 그녀의 첫 영화 <우는 낙타 이야기>는 바이에른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받았으며, 오스카상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영화 <황구의 동굴>은 그녀의 졸업 작품으로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일본과 미국을 비롯,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리자 라이쉬 : 1978년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태어나 루드비히 막시밀리안스 대학에서 인종학을 공부했으며, 뮌헨 영화학교에서 기록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영화 <황구의 동굴> 조감독이자 이 책의 공동 필자이다.

◎ 옮긴이  
김라합 : 전문번역가. 1963년 군산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스콧 니어링 자서전> <휠체어를 타는 친구> <마비타>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주부와 돼지, 혁명을 꿈꾸다> 등이 있다.




*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는 독일의 PIPER 출판사에서 2005년에 출간된 Die Höhle Des Gelben Hundes(황구黃狗의 동굴)을 번역한 책입니다. 이 책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통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으며, 세계 각국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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