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악마 중 누가 “덜” 사악한가? (Mongolia web news, 5월 24일)
몽골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리고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한 차이로 결정 나게 될 것이다. Elbegdorj 후보자는 현 대통령인 Enkhbayar 후보자에 맞서 변화의 필요성을 내세워 왔지만, 두 후보 모두 기존의 권력 체제 안에 있는 인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0년 전, Elbegdorj 후보자는 이미 총리에 올라 있었고, 그 후로도 총리 직에 한 번 더 재직하며 정계의 요직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두 후보자 모두 한때는 개혁가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었다. Elbegdorj 후보자는 1990년대 ‘벨벳 혁명’의 선두에 서 있었으며, 이후 민주화 패러다임의 전파와 반(反)부패 운동에 앞장섰다. 반면 Enkhbayar 후보자가 개혁가의 기치를 내걸고 권력을 잡았다는 사실은 잊히기 쉽다. 문화부 장관으로 재임한 이후 그는 민주연합(DP)이 집권하던 시기 몽골인민혁명당(MPRP)을 개혁했다. 그가 압도적인 차이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한 미국 언론사는 “현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몽골 국민들이 ‘몽골의 블레어’로 돌아섰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Enkhbayar 대통령에게는 이 압도적인 승리가 총리로서의 운명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었다. 국회의 76석 중 72석을 확보한 Enkhbayar 대통령은 역사가 오랜 국민혁명당을 개혁함으로써 2004년 선거에서는 실제적인 연대를 맺게 된 반대당을 표적으로 삼아 당 집권의 시작을 알렸다. Enkhbayar 후보자가 국회의 대변인으로 이름을 알렸던 반면, Elbegdorj 후보자는 몽골 정부의 첫 번째 연정의 지도자로 활동했다. 일 년 후 Enkhbayar 후보자는 유명한 세 명의 반대자들의 연합에 맞서 대통령에 입후보했다. 다른 후보자들이 서로를 견제하느라 과열된 상태였기 때문에, Enkhbayar 대통령은 비교적 쉽게 첫 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Elbegdorj 후보자는 곧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고, 대통령 선거에서 Enkhbayar 후보자와 대결 구도를 보였던 다른 세 명의 경쟁자들은 MPRP의 M. Enkhbold에 의해 새 연정 내각의 장관직에 올랐다. Elbegdorj 후보자 자신은 떠오르는 신성이었던 Bayar를 지지하던 MPRP에 의해 총리직을 사임하게 되었다. 곧 반대자들이 일어서고 MPRP 당의 건물은 몰려든 지지 세력에 의해 손상을 입었다. Elbegdorj 후보자가 두 번 총리에 재직했던 시절, 실질적으로 그는 총리직 그 자체가 아닌 다음 단계를 위한 포석으로서 관직에 앉아 있었다. 2008년, Elbegdorj 후보자는 마침내 DP 당의 지도자로서 대통령 선거를 위해 입후보했지만 패하고 말았다. 그와 다른 중소 정당의 지도자들은 일제히 MPRP 당을 비난했다. 2008년 7월 1일, 시위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얄궂게도, 1층의 면세 주류점을 비롯해 MPRP 당의 건물은 이번에는 무사하지 못했다. 시위자들로 촉발된 정치적 폭동은 5명의 사망자를 내었고, 몽골은 이날 민주주의로 이행해가던 동안 잘 지켜왔던 순결함을 잃게 되었다.
Elbegdorj 후보자는 국제단체에 MPRP 당의 소비에트 식 독재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였고 심지어는 MPRP 당이 폭력 시위를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로 인해 그의 대외적 이미지가 손상되었고 DP 당의 지도권을 내려놓아야 했다.
탱고를 추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야당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벌어졌던 내부 항쟁과 같은 실수를 다시 되풀이 하지 않도록 신중히 행동하고 있다. 또한 다른 정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오직 DP 당에서만 잘 검증되지 않은 소수의 후보자만 낼 뿐이다. Elbegdorj 후보자가 공천을 받은 것은 꽤 놀랄만한 일이지만, 이는 오히려 전략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후보로 공천 받은 것은 Elbegdorj 후보자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기회다. 그는 아직 한 번도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으며, 2006년에는 MPRP 당의 Enkhbold로 인해 국회 선거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DP 당에서의 입지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마저 패한다면 다시 공천 받을 수 있을지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국민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과거의 업적을 환기시킬 수 있고, 국민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한편, Enkhbayar 후보자의 이미지는 옛 당의 계책과 계속적인 부패의 고발로 인해 치명타를 입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모든 호텔과 은행이 그와 그의 친척들의 소유라고 한다. 아직 검증된 바 없지만, 소문은 멈추지 않고 떠돌고 있다. 토니 블레어 역시 임기 말년에는 이미지 손상을 입은 바 있는데, “몽골의 블레어” 역시 그 능력을 일부 잃게 될지 모른다. Elbegdorj 후보자와 DP 당은 국제단체에 인정을 받았으며 몽골의 광산을 둘러 싼 협정들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에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어떤 말들이 나왔던지 간에, 몽골은 몽골만의 오바마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 몽골 국민들이 투표한 후보자들은 모두 구질서로의 편입에 의해 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개혁자들이다. 오늘 이루어진 선거가 두 악마를 두고 덜 사악한 쪽을 고르는 것이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한 여성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 투표를 두고 “나는 Elbegdorj가 싫지만, 변화가 필요하기는 하다.” 고 밝혔다. 확실히 변화가 필요할지는 모른다. 둘 중의 한 명이 패배할 것은 자명하다. 어떤 후보자를 선택하든 반대에 부딪힐 위험도 존재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편치 않다. Enkhbayar 후보자는 선거 결과에 대해 대통령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Elbegdorj 후보자는 과거로부터의 유산에 시달릴 지도 모른다. 두 후보자에게는 이번 선거에 있어서의 패배가 정치적 생명의 종결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이는 변화를 바라기 때문에 그 결과를 기꺼워할지도 모르겠다.
* 본 기사 수집 및 번역을 위하여 동국대학교 이선아 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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