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진보정당은 그저 노조(勞組)주의에 멈춰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에 동행한 소설가 황석영씨가 13일 아스타나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과 동행한 황석영씨, 좌파세력에 '쓴소리' "욕먹을 각오 돼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좌(左)·우(右)는 함께 가야 이(李)대통령은 중도적"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13일 "미국이나 유럽 좌파들도 많이 달라졌다. 고전적 (좌파) 이론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아래서부터 파이를 키우자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카자흐스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좌파적 활동을 보여 온 자신이 우파 정부 대통령의 4박5일간 외국 일정을 동행한 데 대해 "(좌파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큰 틀에서 (좌와 우가)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황씨에게 이번 순방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황씨는 1989년 방북해 3년간 체류했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4년11개월간 감옥 생활을 했다.
문화예술인으로는 이 대통령의 외국 순방을 처음으로 함께 한 그는 "나는 2005년부터 중도론을 얘기한 사람"이라며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민노당도 비정규직이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동조합주의 정도에서 멈춰 있다.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 타도나 민주화 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영남 토착인 한나라당, 호남 토착인 민주당으로는 (바람직한) 진보, 보수를 할 단계까지 못 갔으나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서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이라고 했다.
그는 "용산 철거민 참사는 현 정부의 실책이다. (그러나 1980년의) 광주사태(민주화 운동) 같은 사건이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으나 70년대 영국 대처정부는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 현 정권을 보수우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대통령은 중도적 생각을 뚜렷이 갖고 있다고 저는 봤다"면서 "현 정권은 출범 후 '촛불시위' 등으로 인해 자기를 정리해 나갈 기회가 없었다. 1년 동안 정신이 없었던 것 같고 여러 가지가 꼬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가 고비"라고 했다.
그는 이번 순방에 동참한 이유에 대해 "이 대통령과 제가 생각이 같은 부분이 있어서 같이 온 것"이라며, 몽골과 남북한을 통합하는 '몽골+2 코리아론'을 꼽았다. 동몽골의 400만㏊를 남한의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해 개발하는 사업을 토대로 남북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자는 구상이다. 그는 "작년 가을 무렵부터 이 대통령과 몇 차례 뜻도 나누고 (몽골+2 코리아론을) '한번 해봅시다'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90년대 초반 황씨가 공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일 때 두 차례 면회했으며, 2004년 서울시장 시절 뉴욕에서 황씨를 만나 밤늦도록 통음하면서 친교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정치를 모범생만 할 수 있겠느냐. 지금 상황에서는 '야간' 출신(이 대통령은 동지상고 야간 졸업생)이 정치를 더 잘할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2009년 5월 14일자 기사 (아스타나(카자흐스탄)=주용중 기자midway@chosun.com)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14/2009051400134.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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