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로님이 보고 싶은 날
2014년 10월 5일, 나섬교회가 새 몽골학교 강당에서 입당예배를 드린다. 작년 12월 초부터 시작한 몽골학교 건축이 끝나 이제는 나섬교회 예배를 몽골학교 강당에서 드리게 되었고 드디어 입당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건축을 시작한지 정확히 열 달 만에 준공을 하고 입당예배를 드리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스스로 자문해 보지만 하나님의 전적인 인도하심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단 하루도 쉼 없이 달려왔다. 열악한 재정과 수많은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기억도 희미하다. 우리 스스로 대견하다 못해 자꾸만 웃음이 지어진다.
사람들은 내게 수고했다며 얼마나 좋으냐고 묻는다. 그러나 사실 나보다 더 기뻐했을 분이 계시다. 다름아닌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장로님이다. 아버지라는 단어만 생각해도 자꾸 눈물이 난다. 올 2월 24일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 장로님의 유일한 기도제목은 몽골학교 건축이었다. 몸이 아파 누워계시면서도 하루하루의 공사 상황이 궁금하시면 어떻게든 공사현장에 찾아오셨다. 걷기 어려워졌을 때에는 매일같이 공사가 어떻게 되어가느냐며 물으셨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아버지 장로님은 내게 당신의 마지막을 예견이라도 하신 것처럼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더 크게 될 거야.' 그것이 그분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나를 향해 말씀하시던 그 마지막 순간이 아직 가슴에 남아 있다.
만약 살아계셨더라면 나섬교회의 입당을 가장 기뻐하셨을 분이 아버지다. 오늘 그 아버지 장로님이 너무도 보고 싶고 생전의 모습이 온종일 떠오른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가장 기뻐하셨을 아버지가 너무도 그리워 눈물이 난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한일을 아버지에게 자랑하고 싶다.
밖에는 가을비가 내린다. 이 비 그치면 더욱 깊어질 가을이다. 곧 단풍도 질 것이다. 여기 아차산 중턱의 아름다운 가을이 어떨까 궁금하다.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몽골학교 카페에서 커피한잔 드시고 가을 산책하자고 나를 부르셨을 게다. 아버지는 유독 나와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셨다. 커피도 좋아하셨으니 여기 아차산 가을과 딱 어울리는 분이 아버지다. 입당예배를 드리는 날 분명 아버지는 우셨을 게다. 너무 좋아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눈도 안보이는 아들이 이렇게 큰일을 했다고 너무 감사해서. 그리고 안타까워서 아버지는 우셨을 게다. 그런 아버지가 없는 우리만의 입당예배를 드린다.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너무도 행복했을 입당예배를 아버지 없이 우리만 드린다. 하늘에서 보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입당예배를 드리는 것이 너무 섭섭하다.
오늘은 아버지가 무척이나 보고싶은 날이다. 가을비가 내리는데도 몽골아이들이 체육대회를 한다고 작은 운동장에 나가 지금 밖은 아이들 소리로 시끌시끌하다. 오늘 우리만의 작은 운동장이 참 좋다. 가을과 아버지 그리고 입당예배, 몽골아이들의 웃음소리 이런 것들이 함께 비빔밥처럼 가슴에서 섞인다. 그런데 유난히 아버지라는 단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하루다. 바보같이 울지 말라고 아버지가 눈물대신 가을비 보내셨을까. 가을비가 내 눈물처럼 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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