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우리 나섬 공동체는 지난해에 기적같이 재한몽골학교를 건축했다. 말이 건축이지 사실 이것은 우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울시가 땅을 냈지만 나섬과 몽골학교가 건축을 책임지는 참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일들을 돌아보면 참 감사하고 어찌 우리가 이 엄청난 일을 했나싶어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 우리 몽골학교에 찾아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우리를 칭찬하니 때로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남자가 태어나 집을 세 채 지으면 성공한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세 번째 집을 지어 본 것이다. 이전의 나섬 선교센터와 양평의 나섬 생태마을, 그리고 재한몽골학교를 지었으니 말이다. 그럼 나는 성공한 사람인가 자문해 본다. 이걸 성공이라 한다면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거다. 단순히 건축을 하고 집을 지은 것으로 인생을 평가한다는 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런 식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나는 철저히 자본주의 문화에 매몰된 사람일 뿐이다. 목사가 어찌 그리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 앞에 자신을 투영하려 하는가 물으면 나자신 부끄러울 뿐이다. 세상에는 우리보다 큰 교회가 한 두 개가 아닐뿐더러 수많은 교인에 엄청난 크기의 건물들이 지어지는 것을 보며 이거야말로 오늘날 우리 교회를 병들게 한 가장 위험한 일임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가 큰가를 놓고 경쟁하는 인생을 산다. 세상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교회도 철저히 경쟁하고 대립하면서 떼로는 시기와 질투의 목회에 우리 자신도 모르게 속고 살아가고 있다. 사실은 하나님의 것을 놓고 누가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크게 만들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아이들의 레고 게임처럼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목회에 목숨을 걸고 인생을 걸고 마치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 건물은 하나님 나라가 아니다. 건물은 성공을 대변하는 그 어떤 가치도 갖고 있지 못하다. 건물은 그저 언젠가는 부수고 다시 지을 수 있는 임시적인 것일뿐이다. 건물은 신앙의 문제도 성공의 잣대도 목회의 목적도 아닌 세상의 찌꺼기 아니 쓰레기 같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예수님도 사람이 성전이라 하셨고 사람을 세우고 사람을 통하여 만들어가는 것이 하나님 나라라고 가르치신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람이 많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또한 건물의 크기 같은 숫자 놀음에 지나지 않을 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예수님은 12명의 제자로 세상을 바꾸셨다. 그는 건물을 짓지도, 많은 수의 제자를 거느리시지도 않았지만 오늘 우리는 그분을 우리 인생의 영원한 스승으로 모신다. 12명은 숫자가 아니라 제자다. 숫자로 결정짓는 인생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잘 섬기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더 좋아하실 예수님을 생각한다. 오늘은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세워지는 사람을 생각해 본다.
올해 2월에는 인도 사람 판가즈 전도사가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한다. 우리는 그를 인도로 파송할 예정이다. 이것이 더 큰 은총이다. 이것이 진짜 기적이고 자랑거리다. 사람이 건물보다 위대하다.
진짜 나섬이 자랑할 것은 잘 지어진 건물도, 많은 교인도 아닌 판가즈와 같이 소중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라는 것이다. 오늘은 그런 사람이 건물보다 더 소중함을 깨달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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