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서쪽 국경지대에 알타이산맥이 있다. 알타이라는 말은 금이라는 뜻인데 그 산에 금이 많았나 보다. 몽골 사역을 한 지 30여 년이 되었는데 초창기 어떤 집사님 한 분이 찾아와 몽골에 금이 많다며 몽골의 금에 관심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그분은 금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내가 너무 어리고 순진해 무슨 말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며칠 전 유목민은 금을 좋아하고 신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목민이 특히 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금과 깊은 관계가 있는 나라다. 금은 곧 김인데 우리 성에 김씨 성이 가장 많은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대목이다. 유목민은 금을 사랑했다. 그들은 이동하는 사람들이었음으로 이동하는 자들에게 재산이란 부동산이 아닌 동산 즉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것이어야 했을 것이다. 어디서든 손쉽게 물건과 맞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재화가 금이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금은 유목민의 재화가 된 것이다. 반면 부동산은 정주민족의 재화다. 한 곳에 정주하고 농사를 짓던 이들에게 토지야말로 가장 중요한 재화다. 그래서인가 우리가 그토록 부동산을 좋아하는 것은 이와 관련성이 있을 것 같다.
전 세계에서 고고학 발굴로 발견된 금관이 모두 14개인데 그중 10개가 우리나라에서 출토되었다 한다. 특히 경주 신라 고분에서만 6개가 발굴되었다. 그것은 신라에서 금관을 비롯한 금과 관련된 유물이 많이 출토되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금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리라.
경주 김씨의 조상이 흉노라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는데 그들이 북방 유목민의 후예라는 설은 그래서 흥미롭다. 알타이라는 지역에서 온 흉노족의 왕자에게 한나라의 무제가 지어준 성씨가 김씨였고 그 흉노족에 김일제라는 사람의 후예가 경주 김씨의 조상이라는 설이다. 이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흥미로운 가설임은 분명하다.
요즘 금값이 정말 금값이다. 엄청나게 금값이 오르면서 사람들이 금 투자에 관심을 갖는다. 금값은 오르는데 나에게는 금이 없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정부가 금 모으기를 했었다. 그때 그나마 있었던 금을 애국한다며 모두 팔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 돌 선물로 받은 금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나라에 가져다 바쳤다. 서민들은 조그만 금반지 하나라도 모아 나라를 구하겠다며 탈탈 털어 바쳤는데 정작 부자들은 우리처럼 금을 내놓았는지 궁금하다.
유목민 목회를 하다 보면 이주민들의 문화적 특징을 알게 되는데, 인도 사람들도 금을 좋아해서 돈을 모으면 금을 사고 금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치렁치렁 금목걸이를 하고 두툼한 금가락지를 끼고 있는 이들을 보면 ‘역시 이주민, 유목민이 금을 좋아하는 것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나는 몽골의 알타이에 가보려 한다. 알타이가 금과 북방 초원의 유목민과 관련성이 있어 더욱 관심이 많다. 혹시라도 그 알타이에서 금덩어리라도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