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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434 나그네가 순례자 되어(3)

   어젯밤 장신대에서 마지막 설교를 하는 꿈을 꾸었다. 시원하고 섭섭하지만 그냥 조근조근 설교를 했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하고 내려온 것 같다. 내려오니 어느 여학생이 우리만 남겨놓고 가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면서 말했다. 꿈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 가만히 꿈을 반추했다. 대체 무슨 꿈인가? 

 

나그네에서 순례자로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복 있는 자의 삶이다. 복 받을 자의 조건은 하나다. 순례자로 떠나는 것뿐이다. 오랫동안 이 말을 강조하고 그 말을 내 신조처럼 여기며 살아왔지만 정작 나는 그리 하지 못했다. 바울은 매일 죽노라 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십자가에 죽어야 함을 자각하고 살았다. 자아의 죽음만이 예수를 따르는 것임을 알고 있었던 바울의 삶은 고결한 신앙인의 삶 자체였다.

 

호잣트를 비롯한 나섬의 역파송 선교사들은 분명 나그네에서 순례자가 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인생을 지배하던 모든 관습과 목적이 바뀌었고 그들은 그 변화를 순종함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여전히 바로가 지배하는 체제 속에서 살고자 했으며 그가 가르쳐 준 이념대로 사는 것이 쉬운 길이기에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바로의 경제와 정치적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했으며 그 속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 여기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을 미루어왔다. ()이 아니라 길을 찾는 자의 삶을 이야기하였지만 정작 삶은 그대로였다.

매일 죽어야 하고 매일 순례자가 되는 삶으로 갱신해야 한다. 한번만 순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순례자가 되어야 한다. 매일 십자가에 죽어야 한다고 말한 바울처럼 매일 광야의 삶을 상상하며 하늘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

 

바울은 로마의 시민권은 물론 유대인중 유대인으로서의 자존심, 지식과 인간적인 욕망까지 모든 기득권을 배설물로 여긴다고 했다. 모세는 바로의 궁전에서 배우고 익힌 것을 자랑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기억조차 잊어버리는데 40년이 걸려야 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초라한 노인의 굽어진 허리와 혀에서만 맴도는 어눌한 입술이 전부였다. 더 내려놓을 자리도 지위도 없던 모세가 드디어 부르심 받은 것은 하늘의 은총이다. 은총 받은 자의 삶은 모세처럼 내려놓음으로만 가능하다. 은총 받은 자가 내려놓는 것인지 내려놓은 자만이 은총을 받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때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때가 출발점인 것이다.

 

나그네는 바로가 지배하는 이념과 정치 속에서 살아야 하지만 순례자의 삶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살아간다. 나그네는 바로가 먹이지만 순례자의 삶은 오직 하나님이 먹이고 입히신다. 나그네는 바로가 지시하는 곳으로 가야 하지만 순례자는 하늘의 인도하심에 따라 가고 또 멈춘다.

 

오늘 꾼 꿈이 그랬다.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억지로 설교하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선지자가 되려 하지 않았다. 편안하게 작은 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아주 편안하게 하고 내려왔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이 설교가 마지막이라고 말했고 이제부터 나는 모든 것에서 자유하다고 말했다. 진리와 정의를 잃어버린 신학교는 반드시 망한다고 하면서도 웃고 있었고 퍼렇게 질린 교수들에게도 편안하게 말을 해 주었다. 학생들에게는 교수들을 불쌍하게 바라보면서 진리를 지키는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신학교가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머리가 아프다. 안압이 올라가는 모양이다. 언제부터인지 안압으로 인해 심한 두통을 겪고 있다. 머리가 아픈 날은 미치도록 아파 소리를 질러도 아픔이 가시질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그 고통을 즐기는 법을 알았다. 안압이 올라가는 느낌을 받으면 머리가 아플 것이고 그 순간 나는 미친 니이체를 생각하며 하늘을 쏘아 본다

모두가 나그네가 순례자가 되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순례자로 변했고 그 순례자로 살아 결국 하나님과 마주하는 실존자가 되었다. 하나님은 광야에서만 만날 수 있다. 실존자로 살기를 원한다면 광야로 나가 순례자의 길로 올라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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