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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 468 젊은 시절 나는 게처럼 걸었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언제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이셨다. 신학생인 나에게 한 번도 당신이 원하는 아들의 모습을 말씀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꿈꾸는 목회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 하셨다. 내 얘기가 옳다며 공감해주시거나 지지해 주신 것은 그분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셨다. 

1980년대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 신학생과 목회자로 산다는 것은 내게 언제나 고민거리였다. 군목시절에 강원도 양구의 전방지역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의 시신을 보며 나는 절망하고 눈물 흘려야 했다. 그 엄혹했던 시절, 나는 시대를 거스르는 삶을 살고자 했고 그것은 평생 내 목회 철학이 되었다.

사회적 약자들을 섬기며 선교하는 것이 내가 살아야 할 길임을 느낀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철학은 내 삶이 되었고 30년이 넘도록 이 길을 걷고 있다. 그런 내게 왜 유혹이 없었을까? 더욱 편하고 안전하게 높이 올라가려는 인간적 욕망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런 날이면 밤새 괴로워했고 방황하며 거리를 두리번거렸다. 혼자 눈물을 흘리며 꿈틀거리는 욕망을 어찌할 줄 몰라 괴로워했다. 평생 나는 그렇게 방황과 고민과 유혹과 눈물로 지내온 것 같다.

그리고 어느덧 나이를 먹고 나섬과 몽골학교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목회를 한다. 나그네들을 선교하고 그들을 다시 역파송 선교사로 보내며 몽골학교를 세우고 또 다른 학교를 더 세우려 한다. 시니어 은퇴자들을 위하여 뉴라이프 선교회를 만들고 곳곳에 평신도 선교사들을 보낸다. 그들에게 죽는 날까지 선교적 삶을 살라 한다. 여러 곳에서 설교와 강의를 한다. 목회와 선교와 교육과 강의를 하는 목사로 산다는 것은 바쁘지만 그리 나쁘지 않다. 오라는 곳이 있으니 아직 할 일이 남았나 싶어 참 감사하다. 눈이 안보이니 때로 불편하여 힘들지만 이제는 웬만큼 적응하였다. 남은 삶도 계속 이 길로 갈 것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꾸불꾸불 갈팡질팡한 발자국이 역력하다. 나는 제대로 걸었다 했으나 게가 걷는 것처럼 옆으로 기어 다닌 흔적이 선명하다. 불안한 걸음걸이였다. 방황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얼룩져 있다.

그러나 멀리서보면 그런대로 한길을 걸어온 것 같다. 참 다행이다. 내 아이들에게 이나마 살아온 흔적이라도 남겨줄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남은 삶은 가급적 흔들거리지 말자. 게걸음이 아닌 똑바른 걸음으로 계속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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