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 후 전교인이 함께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 한 편을 보았다. 올 초 kbs TV에 방영된 바 있는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다.
한 인간이 어떻게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날 수 있는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사는 게 진정 아름답고 값지며 행복한 삶인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고..."(요12;24)
"겨자씨 한 알이 땅에 심기우면 큰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와서 깃들이느니라." (눅13;19)
고 이태석 신부는 10남매 중 9번째로 태어나 부산인제대 의과대를 졸업, 의사가 되었으나 다시 신학수업을 하고 신부가 되었다. 신부가 된 후, 오지 중 오지인 수단 남쪽 톤즈 지방을 찾아가 한센병을 앓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을 치료해주고, 내전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배움을 통해 희망을 주려고 학교를 세우며, 병원이 없는 그 지역에 손수 벽돌을 쌓아 병원을 짓고 , 전기가 올 수 없는 그곳에 태양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끌고, 음악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위해 밴드를 조직하여 가두행렬을 하고...
너무 열악한 환경의 학교를 보고 마음아파 새로 학교를 짓고자 모금을 하던 중 대장암4기 진단을 받아 4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생전의 글을 모아 만든 책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의 한 구절이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그들이 너무 가난했기에 처음엔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여 무엇이든 하려했지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친구가 되어주는 일이었다." 전쟁과 가난에 찌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물자가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는 것,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생전의 고 이태석 신부님은 매우 쾌활한 성격에 다재다능한 재주꾼이었다. 악기도 피아노, 기타, 드럼 등 못 다루는 악기가 없고, 노래도 수준급이며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었고, 밴드를 조직하여 지휘를 했으며 노래를 작곡하기도 하였다.
대장암 4기라는 선고를 받은 그는 너무 낙담했다 한다. 생을 빨리 마감하는 것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자신을 기다리는 톤즈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까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정 '작은 예수'의 삶을 보여준 고 이태석 신부! "지극히 작은 소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마25;40)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여 지극히 작은 자로 살고 있던 아프리카 오지의 한센병 환자들, 배우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던 아이들, 병들어 고통당하는 이들을 주님 섬기듯 섬기는 삶을 살다간 그다. 그가 떠난 후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사)수단어린이 후원회는 자발적으로 수단 톤즈에 학교를 새로 지어주기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이 땅에 남은 자들이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해 뛰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일을 감당하던 고 이태석 신부! 톤즈지역의 사람들이 존경하고 따르며 좋아했던 신부님. 우리 생각에 그 신부님이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하나님의 뜻과 섭리는 인간의 그것과 같지 아니한 가보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죽을 때 많은 열매를 맺듯이 그는 그렇게 한 알의 밀알이 되었다.
나도, 나의 가족도, 우리 나섬의 식구들 모두,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있길 소망한다.
- 이강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