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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음식, 그 편견과 변덕스러움의 이야기

RE: 음식, 그 편견과 변덕스러움의 이야기

                                            고은경

-낯선 음식을 앞에 두고 나는 절대로 고민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최대 장점이며 자유이다-

지난 주, 우리 유해근 목사님의 글(당신의 어머님의 훌륭하신 음식 솜씨)을 읽고 참 좋으신 아버지, 어머니를 두셨구나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우리 사모님은 또 얼마나 힘드셨을까를 가늠해 보았다.
음식...나는 울 엄마나 내가 만든 음식빼곤 절대로 가리지 않는다. 남이 해 준건 다 맛이 있다. 여자란 모름지기 손맛을 타고나야 하거늘 나나 울 엄마나 그건 다 타고나질 않았으니 참 불행한 일이다.

가장 행복했을 때라고 묻는 이들에게 나는 주저없이 이야기를 한다. 급성폐렴으로 일주일간을 고열과 기침으로 신음하며 입원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노라고 말한다. 병원에서는 수고하지 않아도 삼시 세끼 밥이 나오고 영양사가 칼로리와 음식군을 따져서 골고루 반찬이 나온다. 그걸 일주일간 받아 먹으며 영원히 밥과 반찬을 해야하는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한달 정도 푹 앓고(?) 싶을 정도였다.

그것의 역사를 말하자면 울 엄마 잘못이 크다. 엄마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그 당시 나도 안다녔던 유치원엘 하인이 업고 다녔다고 우리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길 하신다. 결혼을 하시고 쭉 식모를 두었다하니 엄마는 음식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행복이라고 얘길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울 엄마의 음식솜씨는 그렇치 않아도 늘 젬병이다. 그러니 그 딸은 오죽할까..
워낙 가만히 앉아 뭘 꾸준히 못 하고 바람처럼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고 싶어하는 영혼을 가진 나는 우리집에 누가 오는 것이 딱 질색이다. 오면 무엇이라도 해먹여야 하는데 난 그것이 귀신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사람이다. 그건 울 엄마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슬슬 엄마에 대한 불평이 생겼다. 도대체 그 연세에 이렇다 할 음식이 없다니...
그런 울 엄마에게  며느리가 들어오고 -엄마는 그 시절 도사 김봉수에게 울 삼남매 이름을 죄다 개명시켜놨던 기억이 있다- 온 집안을 기독교로 개종시켰고 울엄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서운 속도로 하나님에게 다가가셨다.
아마도 올케언니의 기도발이 꽤나 쎈 듯 싶었다.

아침이다. 밥 빨리 먹고 출근해야 하련만 엄마는 통 방에서 나오시질 않는다. 뭘 하시나 들여다 보면 기도 중이시다, 앞, 뒤로 리듬을 타시며 기도하시는 모습에... 아니 기도가 밥먹여 주나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바쁜 아침엔 기도를 좀 쉬어도 좋으련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엄마는 철야기도회도 빠지지 않으신다.

그러나, 요즘 나는 생각한다. 문득 가을의 완성된 모습들에서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온 것이...나의 딸이 하루하루를 무사히 먼 곳에서 공부를 잘 하고 있는 것이...우리 집이 무탈하게 하루를 버티는 것이...아니아니...더 나아가 우리 국민이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이 ....
다 울 엄마의 하나님께로 향한 기도덕분이였다는 걸 확인한 순간 온 몸이 찌릿했다. 더 솔찍히 말하자면 어떤 진수성찬보다 더 큰 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오늘도 86세이신 울 엄마는 이제 차가워진 아침에도 성경 한 구절과 기도는 계속된다. 엄마의 기도는 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던가. 엄마는 아직도 김치 하나 제대로 못 담그시지만 그 어느 김치보다 숙성된 힘과 맛이 있는 기도를 하실 것이다. 우리 삼남매는 자주 그 기도감을 만들어다 주는 어린 새들이고 엄마는 자신의 깃털을 한 올씩 뽑아 기도를 드린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그렇게 견디고 잘 살고 있나보다.


 



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