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섬사람들 이야기

스토리를 써가는 길 위에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의 제목입니다. 주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던지는 글이지만, 생존경쟁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적용하고 고민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스펙'(spec)이란 누구나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그 사람의 외적인 조건을 말합니다. 오늘날 청년들에겐 학력, 학점, 자격증, 토익점수가 될 수 있겠죠. 반면 '스토리'(story)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인생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나만의 진정하고 독특한 스토리가, 모두 똑같이 추구하는 스펙보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메시지가 꽤 설득력 있다는 사실은 나섬교회 예배의 설교시간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번 담임목사님이 주시는 설교말씀 안에서 특별한 은혜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의 말씀이 그렇게 힘 있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목사님의 인생과 사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의 힘' 아닐까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저 자신도 스펙보다는 스토리가 가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하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특별히 주님의 사역을 감당하는 교역자의 길에서 더욱 그러길 소망합니다. 목회자의 세계도 남다르지 않아, 다른 이들처럼 스펙에 집중하고 외적인 조건에 의해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형교회를 원하고, 조금이라도 더 큰 교회 목사가 되기를 바라고, 교인 수를 늘려 외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애를 씁니다. 저 또한 이런 습성에서 자유로웠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역의 길을 걸어오면서,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내 나름의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이나 목회경력을 생각할 때, 남들처럼 마땅히 준비해서 장래를 대비해야 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면, 나 자신이 의미를 두고 보람을 얻으며, 즐겁게 임할 수 있는 '나만의 길'을 찾는 일입니다.
저는 아직도 이 길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있는 나섬교회라는 구간에 막 접어들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나섬구간'이 저의 사역과 일을 찾는 것을 넘어, 나 자신을 발견해 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는 기대입니다.
언젠가 저만의 스토리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때가 오겠죠. 하지만 아직은 작고 보잘 것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귀 기울여 주세요.

                                                                 이동훈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