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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섬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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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에 부쳐-

秋風唯苦吟 가을바람에 오직 괴로이 읊조리니

擧世少知音 온 세상에 알아주는 이 적구나.

窓外三更雨 창밖에는 깊은 밤의 비가 오는데,

燈前萬里心 등불 앞에서 만 리를 그리는 마음이라.

  스산해지는 날씨에 가을비까지 내리니 떠오르는 시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중에 요즘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바로 최치원의 추야우중(秋夜雨中)입니다. 이 시는 어느 깊은 밤, 가을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 못 드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최치원은 신라 말기의 6두품 학자이자, 12살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18살 때 빈공과에 합격한 최고의 문장가였습니다. 당나라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빈공과에 18살이란 나이에 합격하였으니 영재 중의 영재였겠지요. 그러나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공부를 하면서 얼마나 고국이 그리웠을까요. 그의 마음이 ‘가을바람, 깊은 밤의 비, 쓸쓸한 등불'을 통해 전해져 옵니다. 그는 이렇게 읊조립니다. '온 세상에 알아주는 이가 적구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부모도 친구도 없이 홀로 있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것이지요. 마지막 구에 '만 리를 그리는 마음이라.'라고 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설명 없이도 우리는 시 속의 외로운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가을비의 쓸쓸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이 시는 그리워하는 대상이 무엇이든,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거리감을 느껴본 적 있는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며 우리 공동체의 나그네들을 떠올렸습니다. 마치 나그네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자신의 나라를 떠나 낯선 땅에 온 나그네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아마 '만 리'로 표현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최치원의 삶도 일면 나그네의 그 것과 비슷합니다. 당나라에서는 외국인이었고, 신라에서는 6두품이라는 한계 때문에 뜻을 펼치지 못하였죠. 결국 은퇴 후 가야산에서 은거하다가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나그네 된 삶은 우리 인생의 당연한 전제이기에, 그 의미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서로에게 지음(知音)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빗소리와 함께 시 한 수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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