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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소녀와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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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7-22 16:51 조회9,2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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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에는 솝다라는 몽골소녀가 있습니다. 
솝다는 사실 올 7월 우리학교를 졸업한 졸업생입니다. 안타깝게도 뇌성마비로 인해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상태입니다. 솝다는 우리몽골학교를 졸업하고 내년 3월 지구촌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으며 지금은 나섬다문화학교에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솝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섬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발적으로 학교에 남아 봉사활동을 합니다. 학교 앞마당에 있는 원탁의 먼지를 닦아내거나 커피자판기에 묻은 오물을 닦아내기도 하고, 마당을 빗자루로 쓸기도 합니다. 
비록 몸이 불편하고 몽골학교를 졸업한 상태이지만 학교에 대한 애정이 지극하여 불편한 몸을 마다하고 학교에 남아 봉사활동을 합니다.  그런 솝다의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예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얼굴도 마음씨도 예쁜 아이인데 다리가 아프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솝다를 볼 때마다 제 마음 속으로 되뇌이듯 기도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솝다를 긍휼히 여겨주시옵소서!" 
솝다와 함께 요즈음 하루가 멀게 몽골학교를 찾아오는 몽골소년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솝다와 함께 올 여름에 우리학교를 졸업한 빌궁바타르입니다. 이 아이 역시 지구촌고등학교에 진학하고자 기다리고 있습니다. 빌궁바타르는 학교를 졸업한 후, 약 3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였는데 그 때도 쉬는 날이면 우리학교에 들르곤 하였었지요. 그 때마다 그 아이의 하는 말이 "학교 다닐 때가 좋았어요. 선생님들이 좋아요, 다시 공부하고 싶어요."였습니다. 
지난 11월 달 부터는 아르바이트가 끝났는지 학교에 들르는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 김장하는 날 일손이 부족하기에 "빌궁, 내일 김장하는 날인데 와서 도와줄래?" 했더니 쾌히 "네!"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그리 모범생이 아니었기에 기대를 하고 물어본 바는 아니었는데 기대이상의 반응을 보여 의아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 날 빌궁바타르는 어김없이 아침일찍 학교로 왔고, 제 차를 태워 김장하는 곳(경기도 하남시 초일동)까지 데리고 갔습니다. 가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 녀석이 학교 다닐 때보다 철이 많이 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장 첫 날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고, 무우 채를 썰어 갓, 파, 마늘, 고춧가루 등등 양념에 버무려 배추 속 재료를 만드는 일을 하였는데, 그동안  배추를 운반하고, 가마솥에 불을 때는 등 꾀부리지 않고 작은 일이라도 도우려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명문 재한몽골학교 졸업생이라 무언가 다르구나.' 제 속으로 생각하며 마음 뿌듯해 했습니다. 김장 첫날의 일이 끝날 무렵 저는 다시 빌궁바타르에게 말했습니다. "빌궁, 내일도 와서 도와줄래?" "네!" "힘들텐데 괜찮아?" "집에서 할 일도 없는데요, 뭐. 내일도 올께요." 그러더니 다음 날 늦잠을 잤다면서 조금 늦게 약속장소에 나타났습니다. 또 한 번 아이로부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집에서 할 일이 없어도 추운 날씨에 아침 일찍 나오려면 귀찮기도 했을텐데...' 
아이를 데리고 이틀째 김장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도착하니 일찍부터 봉사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어제 절여놓은 배추를 물로 씻어내고 계셨습니다. 배추를 씻어 건져내고 물이 빠지는 동안 배추 속을 넣을 독을 마련하여 비닐봉지를 넣어놓고, 배추 속을 넣을 수 있게 임시로 다리가 긴 상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습니다. 빌궁바타르는 어제와 다름없이 이런저런 일들을 돕더니 급기야 마지막 단계인 배추 속을 넣는 일에도 나서서 배추 속을 넣기 시작하였습니다. 
몽골에서도 한국의 김장과 비슷한 겨울준비 행사가 있습니다. 겨울 무렵에 양이나 소를 잡아 추운 밖에 얼려 놓았다가 겨우 내내 먹는 것이죠. 
유목문화 속에서 자라난 빌궁바타르는 한국 농경문화의 대표격인 김장담그기 행사를 첫날 부터 제대로 경험했지요. 
"솝다와 빌궁바타르" 두 아이를 보면서 저는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저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들 같더니 이젠 그래도 자기들이 졸업한 학교의 고마움을 아는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니 몽골학교를 더 잘 꾸려나가야겠다는 결심이 생깁니다. 
학교의 고마움을 알고 무언가 작게라도 보답하고자 애쓰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저를 감동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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