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맘먹고 일찍 학교에 가보았습니다. 학교일과가 시작되는 8시30분보다 45분이나 일찍이, 오전 7시 45분경 학교에 도착하였지요. 아직 아무도 학교에 오지 않았으려니 생각을 하며 학교로 들어서는데 아이들 두 어 명이 학교로 들어가고 있더군요. 그 아이들이 제일 먼저 등교한 아이들이겠지 하고보니, 이미 교실에 들어가 앉아있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실은 오늘 학교에 일찍 간 이유가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너무 해이해져있고, 때론 선생님들께 무례히 군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간 것이지요. 그런데 기숙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30분에서 1시간이 걸려 등교하는 아이들이 일찌감치 등교한데다가 왜 이렇게 일찍왔냐고 물으니 숙제가 있어서, 시험공부하기 위해서 일찍 왔다고들 합니다. 평상시에 열심히 공부하는 녀석들이 아니고 오히려 수업시간에 선생님들 맘고생 꽤나 시키고 있는 것 같아 혼 좀 내주려고 일찍 왔는데 아이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죠. 그래도 지금과 같은 학업 분위기로 학년을 마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전교생을 모아놓고 20여분 훈화 아닌 훈화를 하였습니다. '앞으로 수업시간에 수업을 훼방하거나 선생님께 함부로 대하는 학생들은 이 학교에서 공부할 자격이 없으므로 집으로 돌아갈 것, 우리학교는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히 공부하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 몽골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몽골인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은 이 학교에서 나가주길 바란다. 등등' 언성을 높여가며 일장연설을 하였습니다. 1교시 시작이 10여분 늦긴 하였지만 아이들의 태도는 다소 숙연해진 듯 보였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학과목 선생님들께 물으니 연이은 수업시간마다 수업태도가 좋았다고 합니다. "아무렴 그렇지 이 녀석들이 속을 썩이긴 해도 말을 잘 듣고 순진하다니까." 조금은 다행스럽다 생각하며 속으로 흐믓해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었습니다. 점심때가 되기도 전에 두 녀석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계신데서 싸우다가 교무실로 끌려 내려온 것입니다. "너희들 아침에 선생님이 그렇게 얘길 했고, 너희들 스스로가 잘하겠다고 약속하고서 이게 뭐냐?" 순간 괘씸한 생각이 들어 수업 끝날 때가지 앞마당에 세워놓고 반성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아이들의 부모님이 월요일에 학교에 찾아와 만나기로 하고 일단락을 지었습니다. '초원에서 말달리던 유목민의 후예라서일까?' '오랫동안 사회주의를 경험한 어른들 밑에서 교육받은 탓일까?' '아니면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져 살았던 아픔이 아직 아물지 않아서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저의 마음이 아려옴을 느낍니다. '그래 맞아. 이 아이들이 너무 오랫동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사랑에 굶주려있어서 무언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그래서 차분히 앉아 공부하지 못하는 지도 몰라.' 실제로 우리아이들의 대부분은 2,3년 이상 7,8년 동안이나 부모와 헤어져 살다가 부모를 만나 살게 된 아이들입니다.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 후 조부모 혹은 고모, 이모, 삼촌 등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여건이 되어 부모와 상봉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부모들은 또다시 일자리로 돌아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돈을 벌기 위해 애쓰고 아이들은 낮선 나라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자립심이 강해지고 부모를 생각하는 효심도 깊은 것이 사실이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하고 쓸쓸하여 마음을 잡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가만히 아이들의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이해가 됩니다. 아이들의 과격한 행동이나 무례한 행동의 원인을 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용서해선 안되겠지만요. 정말 아이들을 잘 길러내어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은데, 그보다 아이들의 아프고 상처난 마음을 싸매어주고 감싸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런 저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